모세의 기도
모세는 “하나님, 당신은 언제나 고난을 당하는 인간의 피난처가 되셨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저 산과 우리가 뛰노는 이 들판이 생기기도 전부터 당신은 계셨습니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을 넘어선 영원부터 당신은 계셨습니다”라고 그의 기도를 시작했다(시90:1-2).
모세는 호렙산에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처음으로 하신 말씀을 기억한 것일까?. 애굽을 탈출하여 미디안 광야에서 40년을 고독 가운데 보낸 모세는 호렙산으로 갔다. 불꽃 가운데 나타나신 하나님은 모세에게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이니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니라”고 말씀하셨다(출3:6).
아브라함이 고난 당할 때, 이삭이 고난 당할 때 그리고 야곱이 고난 당할 때 하나님은 그들의 피난처가 되셨다. 그리고 그들의 자손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왕 바로 밑에서 고통을 당해 부르짖을 때 그들의 피난처가 되실 것을 약속하셨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은 바로 피조물인 사람들이 고난을 당할 때 피난처가 되신다.
모세에게 하나님은 또 ‘스스로 있는 자’라고 말씀하셨다(출3:14). 바로 인간들과 상관없이 홀로 존재하시는 초월자 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러기에 하찮은 인간들이 하나님이 있다, 없다 하고 떠드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그분은 영존하시는 분이시다. 모세는 하나님께 이 두 가지 고백을 함으로 그의 기도를 시작한다.
그 다음에 피조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한다. 흙에서 지음을 받았기에 티끌로 돌아가야 하는 인간이다. 인간에게는 길고 긴 시간인 천년이 하나님께는 바로 하루와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지금 새 밀레니엄을 맞이한다고 흥분하고 있지만 그것은 하나님께 한 정점에 불과한 시간이 아닌가?
하나님께서 인간을 휩쓸어 가시면 인생은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 바로 우리가 어제 밤에 잠깐 꾼 꿈과 같은 것이 우리의 인생이란 말이다. 아침에 돋아나고 낮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들어 마르는 풀과 같은 것이 인생이다. 모세는 인간의 존재가 무엇인지를 성찰하며 하나님께 나아갔다.
이어서 모세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성찰한다. 바로 죄의 문제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인간의 죄에 대하여 분노하신다. 결국 인간의 잘못은 하나님 앞에 놓이게 되며, 인간의 은밀한 죄는 하나님의 빛 가운데 드러난다. 바로 그 죄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멀리 떠나게 된 것이다. 바로 그 죄 때문에 인간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짧은 인생의 시간이 인간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하심 가운데 더욱 빨리 지나가 버리는 것은 슬픈 일이다. 7, 80년의 인생이 죄악의 고통 가운데 소모된다면 그 연수를 자랑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바로 수고와 슬픔뿐 아닌가?
그러기에 죄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하심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인간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아름답고 귀하게 보낼 길을 찾기 시작하게 된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만이 자기 인생의 시간을 올바로 계수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혜인 것이다. 죄의 본질을 깨닫는 자만이 기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하나님께 긍휼을 구한다. “하나님, 분노로부터 돌이키소서. 인간들을 불쌍히 여겨 주소서. 동틀 녘에 하나님의 사랑으로 한껏 배불러서 평생토록 기뻐 뛰며 노래하게 하소서”(시90:13-14). 7, 80년의 짧은 인생을 기쁨 가운데 노래하면서 보낸다면 그것은 축복된 삶이다.
이미 지나간 인생은 죄의 짙은 그림자에게 많이 손상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나가 버린 것이기에 더 이상 연연하지 말자. 그러기에 모세는 지나간 날에 곤고했던 날 수만큼, 화를 당한 햇수만큼 즐거움으로 보상받기를 간구한다. 그 보상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통해 일을 이루시는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한번 간구한다.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통해 인간의 삶을 견고케 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모세의 기도는 하나님에 대한 찬양,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 죄에 대한 고백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간구로 이어진다. 바로 우리가 기도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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