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전 상 1장 - 주역의 우주론
공자가 저술한 주역의 해설서인 繫辭傳의 처음 몇 문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글역은 아산학회 편을 사용하였다)
天尊地卑 乾坤定矣 卑高以陳 貴賤位矣 動靜有常 剛柔斷矣 方以類聚 物以羣分 吉凶生矣 在天成象 在地成形 變化見矣
하늘은 높고 땅은 낮으니 건과 곤이 정하고, 낮고 높음으로써 베풀어지니 귀와 천이 자리하고, 움직임과 고요한이 항상 있으니 강과 유가 판단되고, 사물이 성질별로 유를 모으고 물건으로써 무리를 나누니 길과 흉이 생하고, 하늘에서 상을 이루고 땅에서는 형을 이루니 <여기에 무궁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계사전 1장은 주역의 우주론을 설명한다. 하늘 天 땅 地는 자연의 하늘과 땅을 말한다. 자연의 천지에서 시작하여 인격성을 부여한 것이 하늘 乾과 땅 坤이다. 그래서 하늘은 인간사를 주재하는 근원으로 상과 벌을 주는 인격체가 되었다. 주역은 天地之道에서 乾坤之道가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다.
높고 낮음은 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는 것으로 관찰된 자연의 현상적인 모습이지 귀하고 천하다는 가치론적인 것이 아니다. 여기에 인격성을 부여하여 乾과 坤이 역할이 정해졌다. 건과 곤은 높고 낮음의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맡은 역할 관계를 말한다. 건과 곤의 역할이 정해졌다. 남자와 여자도 역할이지 존귀가 아니다.
卑高以陳이란 역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펼쳐진다는 자연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땅에서 자라는 나무는 하늘을 향하여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귀천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것도 가치론적인 구분이 아니라 역할의 분담이다. 그리고 動과 靜이 즉 움직임과 멈춤이 생겼다. 그리고 공간적으로 剛과 柔가 결단되었다. <사람에게는 인과 의로 표현된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무리를 취하였다는 것은 만물의 거시적 분류이고 물건으로 무리를 나는 것은 세부적인 분류다. 吉凶이 생겼는데 하늘의 법칙이면 나누면 길이고 사람의 생각이면 흉이다. 하늘의 무형의 상이 땅에서 모양을 갖게 되어 유형의 상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끊임 없는 변화가 나타났다. 음과 양의 변화가 계속되는 것이다.
주역은 자연을 관찰하는데 시작하여 원리를 추론하여 더 나아가 그것을 작동하는 인격체를 설정하는데로 나아가는데 반해 기독교의 성경 말씀은 창조주인 하나님의 선포로 시작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1:1). 성경에서 천지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지 인간이 천지로부터 그 이면의 인격체를 추론할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은 자연의 오묘함을 관찰함으로 하나님의 능력과 신성을 깨달을수 있다고 사도 바울은 말한다(롬2:20). 성경은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하셨음을 말한다(창1:27, 2:7). 그리고 남자에게서 여자를 만드셨다(창2;22). 주역에서 말하는 존비를 존귀와 비천으로 구분하여 남존여비 등의 차별적인 가치체계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경에서 여자가 남자로부터 나왓음을 말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동등하게 만드셨다는 의미이지 차별적인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이 아니다. 역할이 다르다는 것이다. 창세기 1장은 하늘과 땅,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 창조를 기술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창조를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자기의 형상과 모양에 따라 인간을 창조하셨다. 사도 바울은 인간의 몸의 부활에 대하여 변증하면서 하늘에 속한 형체와 땅에속한 형체에 대하여 말한다(고전15:40). 주역은 하늘의 무형의 상과 땅의 유형의 상을 말하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길과 흉은 하늘의 뜻에 따라 살면 길한 것이고 인간의 뜻에 따라 살면 흉한 것을 말한다. 소위 君子之道와 小人之道를 말하는 것이다. 성경 역시 인간의 생각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아야 함을 말씀한다.
是故剛柔相摩 八卦相盪 鼔之以雷霆 潤之以風雨 日月運行 一寒一暑 乾道成男 坤道成女
이런 까닭으로 강과 유가 서로 얽혀지며, 팔괘가 서로 곱하여, 두드리되 우레와 번개로서 하며, 윤택하게 하되 바람과 비로써 하며, 해와 달이 운행하며, 한 번 춥고 한 번 더워서, 건의 도가 남자를 이루고, 곤의 도가 여자를 이루니,
하늘(天)과 땅(地)는 陽과 陰인데 이것이 공간적으로 나타난 것이 剛과 柔다. 강과 유가 서로 작용하여 8卦를 이루고 8괘를 교차하여 64괘를 얻는다. 64괘에 인간의 삶의 가치체계를 전부 담았다. 64괘는 인간의 가치를 담은 상징적 체계이다.
우레와 번개는 세상 사람들을 두드리는 하늘의 소리이다. 바람은 하늘의 섭리이고 비는 하늘의 은택을 상징한다.
아침에 떠오른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다시 떠 올라 하루가 된다. 그리고 한번 춥고 한번 덥고 하면 계절이 순환하여 1년이 된다. 시간의 흐름을 말한다. 주역에서 남자는 성인을 여자는 군자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기에 건의 도가 남자를 이루고 곤의 도가 여자를 이룬다는 것은 성인지도와 군자지도를 말하는 것이다. 하늘의 뜻은 성인만이 알 수 있고 사람들은 성인의 가르침을 받아 군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이 빛을 창조하고 빛과 어두움을 나누었다. 빛을 낮이라 칭하고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고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어 하루가 지났다(창1:4,5). 시간은 모든 만물의 변화의 동인으로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인 것이다.
주역에서 하늘의 뜻을 아는 존재를 성인으로 칭한다. 성인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고 역사적으로 성인으로 칭하는 사람인 10인이 있다. 성인이 전해주는 하늘의 뜻이 주역의 64괘에 담겨져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인이 전해준 도리를 실행하는 사람들이 군자라고 칭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소인이라 칭한다.
우레와 번개가 세상과 인간을 두드리는 하늘의 뜻을 상징하는 주역과 아주 비슷한 광경이 성경에도 있다. 바로 하나님이 선택한 백성 이스라엘이 출애굽하고 도착하여 시내광야에서 1년간 머무르며 시내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율법을 받는 장면이다. 시내산에서 우레와 번개가 있는 가운데 하나님이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할 율법을 주셨다(출19:16). 그리고 성부 하나님의 다른 위이신 성령은 어원이 거룩한 바람이다. 성경에서 비도 은혜를 상징한다.
乾知大始 坤作成物 乾以易知 坤以簡能 易則易知 簡則易從 易知則有親 易從則有功 有親則可久 有功則可大 可久則賢人之德 可大則賢人之業 易簡而天下之理得矣 天下之理 得而成位乎其中矣
건은 크게 시작함을 알고, 곤은 사물의 이름을 가진다. 건은 쉬움으로써 알고 곤은 간략함으로써 능하니, 쉬운즉 쉽게 알 수 있고 간략한즉 쉽게 따르며, 알기 쉬운즉 친함이 있고 쉽게 따르면 공이 있으며, 친함이 있으면 오래 갈 수 있으며, 공이 있으면 위대할 수 있으며, 오래 할 수 있으면 현인의 덕이요, 위대할 수 있으면 현인의 업이니 이간에서 천하의 <모든> 이치를 <궁구하여> 얻을 것이니, 천하의 이치를 얻음에 <사람의> 위가 그 가운데 이루는 것이다.
건과 곤의 역할분담을 말한다. 건은 시간과 계절 등 변화의 고정틀을 담당하고 곤은 그 틀안에서 만물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건은 알기 쉽고, 알기 쉽기에 친함이 있고 친함이 있기에 오래 갈 수 있는 것으로 이것은 현인의 덕이다. 곤은 행하는데 능하기에 따르기가 쉽고, 따르기 쉬우면 공이 있어 위대한 것으로 이것은 현인의 업이다. 건은 형이상학적이고 곤은 형이하학적인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을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계시하신 말씀이다. 성경 말씀은 난해하거나 어려워서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알고 깨닫게 하기 위하여 주신 말씀이다. 기본적으로 성경 말씀은 믿는 자들에게 내주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깨닫는 것이다(요14:26). 하나님의 말씀을 좇고 행하는 사람들을 성도라고 일컫는다.
성경 역시 진리를 아는 것과 함께 실천하는 것을 강조한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순종하지 않았을 때 그의 백성 이스라엘은 심판을 받았다. 예수 그리스도도 율법을 맡은 자들이 그것을 행하지 않은 위선을 지적하고 꾸짖었다. 야고보서는 행함으로 믿음을 보이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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