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갈대, 생각하는 갈대

오고 가는 말을 생각하며

남전우 2012. 4. 10. 05:17

 

오고 가는 말을 생각하며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쟁반의 금사과니라”(잠25:11). 이 말씀은 유다 왕 히스기야의 신하가 편집한 솔로몬 잠언의 한 구절이다. 이 비유야말로 그 자체가 은쟁반의 금사과 같은 말씀이다.

서로 간에 말은 많이 오가는데 마음에 와 닿지 않고 오히려 분노와 상처를 양산하며 사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인 것 같다. 분노는 기회가 주어지면 반격하게 하고 상처는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 걸게 한다.

경우에 합당한 말을 하기 위하여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 먼저 진실을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이해를 위한 질문도 하고 또 모르는 것은 공부도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말을 해야한다. 말을 할 때는 가치관과 논리의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말하는 자의 책임성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분명한 표현을 하여야 한다. 이 부분만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재능과 은사 그리고 통찰력과 관계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력하면 꽤 많은 열매가 있을 것이다.

“슬기로운 자의 책망은 청종하는 귀에 금고리와 정금 장식이니라”(잠25:12). 서로 간에 책망도 많은데 왜 많은 경우 그것은 열매를 맺기보다는 서로에게 분노와 상처를 남기는가?

그것은 책망하는 자에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고 책망 받는 자의 잘못일 수도 있으며 또 둘 모두의 잘못일 수도 있다.

책망은 하는 자보다 듣는 자가 더 어려운 법이다. 청종하는 귀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성숙한 사람이다. 그래서 책망 받을 일도 별로 없다. 바꾸어 말하면 책망의 대상은 대개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고 따라서 청종하는 귀가 없는 사람이기 쉽다.

그러기에 책망하는 자의 슬기가 우선된다. 책망하는 자는 사려 깊어야 한다. 슬기로운 자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책망을 할 것 같다. 완성될 작품의 모습을 그리면서 인내하며 순서에 따라 하나하나 작업을 하는 것처럼 책망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자기 의를 세우거나 분풀이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청종하는 귀에만 책망을 할 것이다. 먼저 청종하는 귀를 만들 것이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 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느니라”(잠25:13). 이스라엘은 추수하는 때가 무척 더운 때인 것 같다. 더운 날에 얼음 냉수를 한 사발 들이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충성된 사자란 보낸 이의 멧시지를 가감 없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말을 전달하는 놀이가 있다. 맨 앞사람이 다음 사람에게 멧시지를 말해주면 그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그 사람은 또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여 마지막 사람이 받은 멧시지를 크게 말하는 놀이다.

대개는 엉뚱한 내용으로 변질되어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우리의 의사 전달 능력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놀이라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의사를 대변하거나 전달하는 사람은 먼저 그 사람의 의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색무취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그 일을 해야한다. 그런 사람이 충성된 사자다. 우리 모두는 얼음 냉수는 못되어도 시원한 물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선물한다고 거짓 자랑하는 자는 비 없는 구름과 바람 같으니라”(잠25:14). 하늘의 구름은 아름답고 바람은 힘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비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구름이 떠 있기만 하고 바람은 큰 소리 내며 불기만 하고 비를 내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우리말에도 아무런 실속이 없고 결실도 없는 것을 뜬구름 잡기와 허풍이라고 한다. 우리의 오가는 말에는 구름과 바람이 많이 일고있다. 본능적인 자기 과시욕이 구름과 바람을 만든다.

세상은 원래 구름과 바람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곳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그리스도인들이 일으키는 구름과 바람은 보기가 좀 그렇다. 그것도 믿음과 능력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제시하기에 일단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비 없는 구름과 바람이 지나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믿지 않게 된다. 그리고 절망하게 된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찾아온 진실은 조용히 열매를 맺는다. 그는 겸손이라는 친구와 함께 찾아온다. 구름이 없어도 또 바람이 없어도 오는 단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