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갈대, 생각하는 갈대

그 밤에 잠들어 있다면...

남전우 2012. 3. 30. 06:28

 

그 밤에 잠들어 있다면...

 

밤은 해가 저물면서 시작하고 날이 밝아 새벽이 옴으로 끝난다. “깨어 있으라 집주인이 언제 올는지 혹 저물 때 엘는지, 밤중 엘는지, 닭 울 때 엘는지, 새벽 엘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라”(막13:35). 그 밤에 깨어 있어야 함은 주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은 저물면서 시작되었다. 저물매 예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마지막 만찬을 시작하셨다(막14:17). 예수님은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축복하신 후 제자들에게 주셨다.

그 떡은 예수님의 몸이고, 그 포도주는 예수님의 피를 의미한다. 그 만찬에 참여한 제자들은 바로 예수님의 구속 사역에 참여한 것으로 축복을 받았다.

예수께서 그 밤에 깨어 있지 못하여 자신을 배반하여 팔 자와 자기를 부인할 자가 있음을 예언하셨다. 그리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앞에 둔 고민 가운데 피땀 흘리는 기도를 하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들은 육신이 피곤하여 잠들어 있었다.

이제 날은 완전히 저물어 밤중이 되었다. 밤중이 되자 유다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과 장로들의 앞잡이들을 이끌고 예수님을 잡으러 왔다(막14:43). 한 때는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였던 가룟 유다는 왜 예수님을 배반하였을까?

그의 배반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길에 있어서 필연적이라는 주장에 대한 답변은 너무 어려워 그만 두기로 하자. 하나님께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저주의 길을 운명짓지 않으심을 믿는다면 가룟 유다는 그 밤에 깨어 있지 못했기에 그러한 길을 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밤중에 깨어 있지 못한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벗은 몸으로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님을 따라오다가 무리에게 잡히자 베 홑이불을 버리고 벗은 몸으로 도망한 청년이다(막14:51).

그는 바로 자신의 일을 복음서에 기록한 마가일 것이다. 아마도 밤중에 잠을 자다가 경황 중에 옷도 입지 못한 채로 예수님을 따라 가다가 무리에게 잡히게 되자 줄행랑을 쳤을 것이다. 그들은 영적으로 잠들어 있었다.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이 잡혀가는 도중에 모두 도망하였지만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혀온 대제사장의 재판자리까지 따라왔다. 그러나 작은 계집종 하나가 “너도 한패가 아니냐”고 힐문하자 부인하고 또 부인하였다. 잠시 후 곁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 같은 당”이라고 추궁하자, 저주하고 맹세하며 추종자가 아니라며 예수님을 부인하였다.

그러자 닭이 곧 두 번째 울었고 베드로도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하며 울었다(막14:72). 결국 닭 울 때에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것이다. 베드로는 밤중을 지나 닭 울기 전까지는 버티었지만 새벽과 날이 밝을 때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베드로는 왜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하였을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이 십자가에서 죽을 것을 예언적으로 세 번 가르치셨기 때문이거나 후일 부활하신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세 번 물으시기 위하여 예정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깨닫지 못한 베드로는 영적으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새벽에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은 유대 공회와 더불어 의논한 후 예수님을 이방인인 빌라도의 손에 넘겨주었다(막15:1). 이들은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이스라엘 나라의 지도자들이었다.

백성들을 대신하여 제물의 피를 가지고 지성소에 들어가는 제사장들이 예수님의 보혈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율법을 가르치는 서기관들이 율법이 예언한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알아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넘겨주어 십자가에 죽게 하였다. 그것은 그들이 영적으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깨어 있으라 집주인이 언제 올는지 혹 저물 때 엘는지 밤중 엘는지 닭 울 때 엘는지 새벽 엘는지 너희가 알지 못함이라”(막13:35). 저물 때에 깨어 있지 않으면, 밤중에 깨어 있지 않으면, 닭 울 때 깨어 있지 않으면, 새벽에 깨어 있지 않으면 주인을 맞을 수 없다.

우리에게 지금은 어느 때인가? 저물 때인가? 밤중인가? 닭 울 때인가? 아니면 새벽인가? 우리는 지금 깨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