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갈대, 생각하는 갈대

소경이 눈 뜰 때

남전우 2012. 3. 27. 06:27

 

소경이 눈 뜰 때

 

소경은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정상인에게는 가시적인 세상이 그들에게는 닫혀있다. 그래서 소경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모든 면에서 약자로 살아간다.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은 눈을 뜨는 것이다.

선지자 중 소경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이사야다. 적어도 아홉 번 정도 소경에 대하여 언급한다. 이사야는 “그 날에 어둡고 컴컴한 데서 소경의 눈이 볼 것이며”(사29:18) “그 때에 소경의 눈이 밝을 것이며”(사35:5) “네가 소경의 눈을 밝히며 갇힌 자를 옥에서 이끌어 내며 흑암에 처한 자를 간에서 나오게 하리라”(사42:7)고 말한다.

선지자 이사야는 단지 육체적인 소경을 말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눈이 있어도 소경이요 귀가 있어도 벙어리인 백성을 이끌어 내라”(사43:8)고 말한다. 바로 문제는 육신의 소경이 아니라 영적인 소경이다. 그 날, 그 때에, 그가 영적 소경들의 눈을 뜨게 할 것이다.

마태는 예수께서 베푸신 열 개의 기적 중 마지막에 소경과 벙어리를 고친 사건을 배열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세 개의 병 고침이 끝난 후 마태는 예수님이 모든 인간의 연약함과 병을 담당한 메시야로서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의 성취임을 말한다. 이어지는 제자도는 세상적인 동기로 따르려는 서기관과 세상적인 우선순위를 가진 제자들에게 세상적인 것을 떠나야 함을 요구한다.

그 다음에 언급하는 광풍제압, 귀신축출, 죄사함 등 세 개의 이적은 바로 인간이 구원받아야 할 대상에 대한 것이다. 마태는 즉각적으로 예수님을 좇았다. 세리와 죄인들이 구원의 대상인 것이다.

그 다음 믿음으로 구원받은 혈루증 여인과 죽음 가운데 다시 생명을 얻은 소녀의 이야기는 바로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이적이다. 영적인 생명을 얻은 자는 바로 영적인 눈을 뜨는 것으로 이어진다. “다윗의 자손이여”이라고 부르짖는 소경들(마9:27)의 눈을 뜨게 하신 이가 바로 ‘그’이며 바로 ‘그 때’가 도래한 것이다.

마가는 두 개의 소경 이야기를 그의 멧시지의 중요한 그림으로 말하고 있다. 첫 번째 소경 이야기는 바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자기 자신에 대하여 계시하시고 그에 대한 깨달음을 요구하시는 데에 대한 응답이다.

벳세다에서 소경의 손을 붙드시고 눈에 침을 뱉으시며 안수하시자 그가 만물을 밝히 보게 되었다(막8:25). 밝히 보게 된 자가 비로소 예수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가이사랴 빌립보의 “주는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고백이 있다.

예수께서는 그 고백을 바탕으로 자신이 세상에 오신 이유, 즉 그의 사역의 본질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셨다(8:31, 9:31, 10:33,34). 그러나 제자들은 이를 깨닫기는커녕 이에 역행하는 행동을 계속하였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자신들의 십자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높아지려는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은 다가오고 있었다. 다윗의 자손을 부르짖는 여리고 소경의 눈뜸은(막10:52) 바로 그 깨달음이다.

요한의 죄에 대한 이야기(8장)에 이어 소경 이야기는 ‘그것이 누구의 죄 때문인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된다(요9:2). 예수께서는 그것은 누구의 죄 때문도 아니고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이사야의 예언이 이루어질 때가 된 것이다. 땅에 침을 뱉아 진흙을 이겨 소경의 눈에 바르고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다. 소경은 새로운 세계를 보게 되었다.

그 일이 안식일에 일어났다고 유대인들은 예수님이 메시야임을 애써 부정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소경되게 하려함”이라고 하셨다.

“우리도 소경인가?”라고 항의하는 바리새인들에게 “너희가 소경되었더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저 있느니라”(요9:39,41)고 하셨다.

소경이 눈뜬 사건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요10장)와 부활(요11장)로 내닫는 관문으로 곧 마르다의 “주는 그리스도시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에까지 이어진다.